[챕터1] 김시영
김시영은 40여 년 동안 한국의 전통 흑자를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해 온 작가입니다. 특히 흙과 불이 만나 예상하지 못한 색과 무늬를 만들어내는 ‘요변’에 주목해 왔습니다. 김시영에게 흙은 캔버스이고, 불은 그 위에 흔적을 남기는 붓과도 같습니다.
작가는 다양한 지역의 흙을 직접 채취해 섞고, 수많은 소성 실험을 이어왔습니다. 가마 안에서 흙 속의 광물질이 불과 반응하면 별도의 안료없이도 푸른빛과 붉은빛, 금빛이 어우러진 독특한 색이 나타납니다. 먼저 작품의 표면을 가까이 들여다보세요. 빛을 받는 방향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고, 표면 곳곳에서 불이 만들어낸 무늬와 질감이 드러납니다.
〈플래닛〉 연작은 한국의 달 항아리에서 출발해 행성과 지질, 우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위아래 두 부분을 이어 붙이는 달 항아리의 전통적인 제작 방식 대신 좌우를 이어 붙이고 입구를 없애, 그릇을 하나의 조각으로 확장했습니다. 이제 조금 물러나 둥근 형태 전체를 바라보고, 작품을 천천히 둘러보세요.
표면에 번지고 겹쳐진 색과 무늬는 때로 행성의 지표처럼, 때로 멀리 펼쳐진 우주의 풍경처럼 보입니다. 흙과 불, 시간이 함께 만들어낸 하나의 작은 우주를 마주하듯 감상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