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2] 차기율
차기율은 풍경을 완성된 하나의 장면이 아니라 오랜 시간의 흔적이 쌓이는 장소로 바라봅니다. 지난 30여 년간 고고학과 생태학, 조각을 오가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해 왔습니다. 작가에게 고고학은 과거를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표면에 남은 변화와 보이지 않는 시간을 읽는 방법입니다.
이번 작품 〈고고학적 풍경/불의 만다라〉는 서해안 갯벌에서 채취한 흙으로 만든 설치 작업입니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드러나고 잠기는 갯벌에는 물과 바람, 생물과 인간 활동의 흔적이 끊임없이 쌓입니다. 작가는 이 흙을 여러 번 구워 갯벌이 품었던 습도와 염분, 입자와 퇴적의 감각을 전시장 안의 또 다른 풍경으로 옮깁니다. 불은 흙을 단단하게 할 뿐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던 색과 질감, 균열을 드러냅니다.
작품 전체를 이루는 만다라 구조를 먼저 바라보세요. 이 구조에는 생겨나고 사라지는 일, 쌓이고 깎이는 일이 하나의 흐름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제 시선을 각각의 흙 표면으로 옮겨보면, 불을 거치며 드러난 색과 질감, 곳곳에 생긴 균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흔적들은 끊임없이 쌓이고 침식되며 변화하는 갯벌의 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차기율에게 풍경은 멈춰 있는 배경이 아니라 흙과 물, 불과 생명, 시간이 함께 만드는 과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