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2] 조영각
조영각은 AI와 로봇, 데이터를 인간이 통제하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존재로 바라봅니다. 〈물면시기〉는 이러한 생각을 오래된 물질인 흙과 연결한 설치 작업입니다. 서로 다른 나라의 흙으로 만든 도자 오브제와 AI 영상, 프로젝션, 조명이 하나의 공간에서 함께 작동합니다.
전시장에 놓인 도자 오브제들을 잠시 바라보세요. 처음에는 잠든 것처럼 가만히 있지만, 시간이 되면 하나씩 깨어나 말을 하고 서로 관계를 맺은 뒤 다시 잠듭니다. 빛과 영상, 소리도 이들과 함께 공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떤 오브제가 다음에 깨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작품을 경험하는 일부가 됩니다.
이 작품에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시간이 겹쳐 있습니다. 흙에는 광물과 풍화, 침식과 변형을 거쳐온 오랜 시간이 쌓여 있고, AI에는 수많은 데이터와 언어, 기억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이 둘을 서로 다른 퇴적층처럼 바라보고 한 공간에서 만나게 합니다.
제목 〈물면시기〉에는 ‘사물이 잠들어 있다가 저마다의 때가 되면 일어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바로 반응하지 않는 오브제 앞에서 잠시 기다리고 귀 기울이며, 잠들어 있던 사물이 자신의 시간에 맞춰 깨어나는 순간을 만나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