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2] 야스민 스미스
호주 작가 야스민 스미스는 식물과 지질, 산업의 흔적을 품은 물질을 도자 작업으로 옮겨옵니다. 특히 식물이나 석탄을 태우고 남은 재를 유약으로 사용해, 특정 장소가 지나온 시간과 환경의 변화를 작품 표면에 드러냅니다.
먼저 〈맨체스터 유목〉을 살펴보세요. 맨체스터 운하에서 수집한 나뭇가지를 도자로 만들고, 그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재로 유약을 입힌 작품입니다. 벽면을 따라 원을 그리듯 펼쳐진 나뭇가지의 형태를 따라가 보세요. 그 표면에는 산업혁명 이후 맨체스터 운하에 쌓여온 환경과 산업의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이어지는 〈숲〉에서는 돌처럼 보이는 도자 조각들이 한 줄로 이어집니다. 호주 동부 11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울 때 생기는 아주 고운 재인 ‘비산재’를 모아 유약을 만들고, 이를 작품의 표면에 입혔습니다. 밝은 색에서 짙은 색까지 달라지는 조각들의 표면을 천천히 따라가 보세요. 각기 다른 발전소의 재가 만들어낸 색의 변화에는 인간의 역사보다 훨씬 긴 지질학적 시간과 산업화의 흔적이 함께 겹쳐 있습니다.
그다음 〈칙술루브〉는 6,600만 년 전 대멸종의 흔적이 남아 있는 멕시코만의 칙술루브 충돌구에서 채취한 시추 코어 시료를 도자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각 시료의 화학 조성을 바탕으로 45종의 유약을 만들어 그 표면에 입혔습니다. 세로로 배열된 작은 조각들의 색과 표면을 하나씩 비교해 보세요. 아주 오래전 지구에서 일어난 거대한 사건이 작은 도자 조각의 물질과 색으로 다시 나타납니다.
함께 상영되는 〈야스민 스미스: 엘리멘탈 라이프〉는 식물과 지질, 인류가 얽혀 온 역사를 보여줍니다. 나뭇가지에서 시작해 돌처럼 보이는 도자 조각을 지나, 6,600만 년 전 지질의 흔적에 이르는 흐름을 따라가며, 서로 다른 장소에서 얻은 물질이 얼마나 긴 시간과 역사를 품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