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2] 풍경
두 번째 챕터 ‘땅이 만든다’의 특별 프로젝트 《풍경》은 건축가 장영철의 한옥 파빌리온 〈필정〉과 도예가 최성재의 분청 작품이 함께 만들어내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흔히 풍경을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전시에서 ‘풍경’은 바람과 빛, 건축과 도자, 그리고 그 사이를 걷는 사람의 몸과 시선이 함께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영철은 한국 전통 목구조의 원리와 사람이 몸으로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에 주목합니다. 〈필정〉은 조립과 해체가 가능한 가구식 목구조로, 세 칸의 구조와 대청, 뒷마루, 분합문, 마당과 담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공간을 닫기보다 안과 밖을 이어줍니다.
미술관 2층 테라스 너머로 펼쳐진 잔디와 나무, 숲은 〈필정〉의 창과 문을 통해 건축 안의 풍경이 됩니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는 이처럼 바깥의 자연을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차경’, 곧 ‘풍경을 빌린다’고 합니다.
빛과 날씨, 바람,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질 때마다 풍경도 계속 달라집니다. 이제 〈필정〉 안으로 시선을 옮겨보세요. 한쪽에는 최성재의 크고 작은 분청 작품들이 놓여 있습니다.
비슷한 형태의 작품들이 함께 놓이면서, 저마다 다른 표면과 흔적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이룹니다. 최성재는 철분이 많은 흙 위에 백토를 입히고, 마르기 전 손과 귀얄, 나뭇가지 등으로 선과 흔적을 남깁니다.
붓질과 긁어낸 자국, 손의 압력과 속도, 멈춤과 호흡은 흙 위에 고스란히 기록됩니다. 작가가 흙 위에 담아온 것은 눈앞의 풍경을 그대로 옮긴 모습이라기보다, 오래 바라본 장면과 기억, 몸에 남은 감각과 시간이 다시 나타난 ‘마음의 풍경’에 가깝습니다.
〈필정〉의 다른 한편에는 소반과 차를 위한 도자 작품들이 놓여 있습니다. 이곳에서 도자는 바라보는 작품을 넘어, 사람이 앉고 머물며 차를 나누고 이야기를 이어주는 매개가 됩니다.
그래서 이곳에는 두 겹의 풍경이 포개집니다. 〈필정〉의 창을 통해 바깥의 자연이 안으로 들어오는 풍경과, 최성재의 손과 기억이 흙 위에서 밖으로 드러나는 마음의 풍경입니다.
《풍경》은 한국도자재단과 서울공예박물관이 함께 추진한 첫 협력 프로젝트입니다. 건축과 도자가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고, 그 사이에 사람이 머물고 움직이며 이야기를 나눌 때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집니다.


